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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로 독학한 17세 소녀, 카네기홀에 서다

CCAST 뉴스부 이대웅 기자 기자 ccastk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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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8-06 19:44 수정 : 2013-10-24 14:02

「나의 꿈은 천상의 피아니스트」 펴내고 전도 사역 준비

만 17세의 어린 나이에 '인생의 절정'을 경험했다. 하지만 미련 없이 그 자리를 박차고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이제 다시 출발선에 서서 또다른 여정을 준비하고 있다.

2011년 1월 뉴욕 카네기 메인홀, '아이작 스턴 오디토리움'에서 독주회를 마친 김지은 양(이사도라 킴)은 2천여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받고, 다섯 번의 커튼콜을 하고서야 무대를 내려왔다. "하나님, 이제 됐어요. 이제, 괜찮아요." 피아니스트의 길을 포기하겠다는 기도였다. 자신 때문에 아버지를 비롯한 주위 사람들이 힘들게 되는 것이 싫었다.

지은 양은 어머니 얼굴을 모른다. 자신이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혼했기 때문이다. 어머니 역할은 할머니가 대신했고, 음악은 그런 지은 양의 유일한 벗이었다. 네 살 때 처음 만난 모형 피아노에 빠진 후,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연습에 열을 올렸다.

그러다 초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아버지를 따라 베트남으로 이민을 떠났다. 호찌민시 변두리의 월세방 반지하에서 열악하게 지냈지만, 작은아버지가 선물한 뜻밖의 선물 '야마하 피아노'는 한 줄기 빛이었다. 아버지도 "너는 피아니스트가 돼야 한다"고 기회 있을 때마다 이야기했다. 그러나 학교도 다닐 수 없을 정도의 형편이어서, 피아노는 오로지 혼자 힘으로 익혀야 했다.

하지만 지은 양은 불세출의 피아니스트 호로비츠를 비롯해 아르헤리치, 예프게니 키신, 마우리치오 폴리니 등에게 사사받았다고 이야기한다. 지금은 이미 세상을 떠난 이들에게 어떻게 가르침을 받았을까? 바로 유튜브(YouTube) 덕이었다. 지은 양은 이들이 연주하는 동영상들을 스승 삼아 똑같이 따라하려 노력했다. 연습이 거듭되면서, 이들의 장단점을 비교 분석하면서 장점만을 받아들이는 경지까지 다다랐다.

자신의 기량을 점검해 보기 위해 녹음한 동영상을 UCC로 유튜브에 올려놓기도 했다. 처음엔 절망적인 평가 일색이어서 실망도 했지만, 진심이 담긴 날카로운 지적과 조언들을 통해 잘못된 습관을 고칠 수 있었다. 하지만 옆집에선 시끄럽다며 벽을 망치로 쾅쾅 치기까지 했다. 가운데 페달을 밟아 소리를 반으로 줄이고, 피아노 위에 두꺼운 이불을 두 겹 덮어놓았다. 아무리 세게 쳐도 소리가 작아 답답했지만, 이러한 극한의 상황을 통해 생긴 손가락 힘은 '남성보다 힘 있는 연주'라는 찬사의 밑거름이 됐다.

그렇게 이어진 연습은 결국 '카네기 메인홀 연주'라는 열매를 맺었다. 하지만 경제적 부담과 독학의 어려움은 오히려 '피아니스트'의 꿈에 대한 좌절로 이어졌다. 물론 피아노를 치고 싶었지만, 기도 중에 "하나님께서 겸손케 하시기 위해 낮추실 것"이라는 응답을 듣고 떠나기로 한다. 목적지는 이스라엘. 애지중지하던 피아노를 팔아 비행기 삯을 마련했고, 한국인 자원봉사단체 '비아 이스라엘'을 통해 1년여간 현지 중증장애인 등을 섬겼다. 원래는 2년 일정이었지만, 하나님께서 새로운 꿈을 품게 하셨다고 한다. 피아노 연주와 찬양을 통한 '한국에서의 복음 전도'이다.

 

-피아노 연주를 1년간 쉬었는데요.

"베트남에서 처음 올린 동영상을 지금 보면, '왜 이렇게 못 쳤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그 땐 확실히 급했지만, 지금은 여유가 많이 생겨 음악을 들으면서 속도 조절도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최고의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이 꿈은 아니에요. 제 실력도 보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잘 치는 편이지만, 최상급이라 생각하진 않아요.

그리고 '피아니스트'는 세계를 돌면서 연주하는 게 보통인데, 거기엔 별로 관심이 없거든요. 이스라엘에 다녀오면서 마음이 바뀌었어요. 좀 더 멀게는 카네기홀 공연 이후부터죠. 피아니스트는 단순히 칭찬과 인정을 받고 제 실력을 보여주는 것이 다이지만, 저는 피아노를 치면서 찬양도 함께 부르고 싶어요. 클래식도 성경적으로 재해석해서 치고 싶고, 작곡에도 관심이 있습니다."

-'성경적으로 재해석한 연주'란 무엇인가요.

"어떤 곡이 있다고 치면, 원래 작곡가가 생각한 의도가 있겠지요. 물론 이것도 참고하겠지만, 곡을 치면서 받는 영감이나 성경을 읽으면서 이 곡과 맞는 듯한 부분들을 곡에 넣어 표현해 보는 거예요. 예수님께서 십자가 지시고 골고다 언덕을 올라가시는 장면을 떠올리면서 연주한다든지 하는 방법인데, 콘서트를 하면 미리 이러한 부분들을 관객들께 말씀드립니다."

-이러한 연주를 통해 복음 전도를 한다는 이야기이군요.

"이스라엘을 가면서 피아노를 내려놓았는데, 봉사를 하면서 다시 피아노에 대한 마음을 주셨어요. 이제까지 피아노를 연습하게 하신 것도 사명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여기에 순종하려 하고, 특히 믿지 않는 이들에게 복음 전도를 하고 싶어요. 예수님을 믿어야 하고, 예수님 밖에 구원이 없다는 사실을 간증하고 싶어요.

▲김지은 양의 책.

믿는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찬양사역자 분들이 많고 모두 귀하지만, 저는 믿지 않는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복음 전도자'가 되고 싶습니다. 소년원이나 군대, 병원이나 학교 등을 찾아가 연주하고 섬기는 일들을 해 보고 싶습니다."

-꿈을 위해 노력하는 크리스천 젊은이들에게, '선배'로서 한 말씀 해 주신다면.

"'나도 꿈을 포기하지 말아야지! 뭔가를 이뤄야지!' 이런 생각보다는, '어떻게 하면 주님을 기쁘시게 할까? 주님께 잘했다 칭찬받을까?'를 먼저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내가 무언가를 해 보려 하고, 내 힘으로 하려 하면 결과가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히려 나 자신을 내려놓고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길을 찾아가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지은 양의 사연과 피아노 실력은 곧 SBS TV <놀라운 대회 스타킹>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교회 콘서트나 전국 투어도 계획 중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최근 펴낸 「나의 꿈은 천상의 피아니스트(마음과생각)」에서도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다. 책은 어린 시절 힘들게 피아노를 연습하고 카네기홀에까지 서는 1부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 유대인 선교와 장애인 봉사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2부 '다시 태어나다(Born Again)'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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